유전자변형작물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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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유전자변형 밀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재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작물(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 다시 논란이 됐다. 미국산 밀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한국은 GMO 분야의 강자였다. 그러나 안전성 논란과 부정적 여론 때문에 연구개발이 뒤처지고 말았다. 지난해 유전자변형 씨앗의 세계시장 규모는 16조원, 종자를 뿌려 거둔 작물까지 포함한 시장 규모는 190조원에 달한다.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GMO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1997년 김동수 부경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퍼미꾸라지. 이 유전자변형(GM) 미꾸라지는 부화 9개월 뒤 길이 40㎝, 무게는 400g이나 나갔다.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자라 상품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부정적 여론에 따른 스트레스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1997년 김동수 부경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퍼미꾸라지. 이 유전자변형(GM) 미꾸라지는 부화 9개월 뒤 길이 40㎝, 무게는 400g이나 나갔다.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자라 상품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부정적 여론에 따른 스트레스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격리온실에선 실험용 벼가 자라고 있었다. CCTV까지 설치된 격리온실 6동(총 면적 2217㎡)은 종자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국립농업과학원 박성한 박사는 매일 병해충을 입거나 무더위에 힘들어하는 벼가 없는지 유심히 살핀다. 이 격리온실에서 자라는 벼는 보통 벼가 아니다. 바로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술로 만들어진 벼다. 우수한 품종을 선발한 뒤 교배를 통해 품종을 개량하는 것이 육종(育種)이라면 필요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에 넣어 기존 육종 기술론 불가능한 새로운 장점을 갖게 하는 것이 GMO 기술이다.

 이 벼는 유전자를 변형시켜 가뭄에 버티는 능력이 뛰어나다. 일반 벼는 못자리에서 묘를 키운 뒤 다시 물이 찬 논에 옮겨 심어야 하는 데 반해 가뭄에 강한 유전자변형(GM) 벼는 논에 바로 씨앗을 뿌릴 수 있어 농가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 박성한 박사는 “일반 벼가 어릴 때 사나흘만 물을 섭취하지 못해도 심각한 타격을 받지만 이 벼는 가뭄이 1주가량 지속돼도 잘 견딘다”고 말했다. GM 벼는 제초제에도 강한 내성을 갖고 있다. 논에 제초제를 뿌리면 GM 벼만 살아남고 나머지 잡초는 모두 죽는다.

 GM 벼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농진청이 주관한 바이오그린21사업단, 과학기술부가 관리한 작물유전체사업단이 만들어진 2001년부터다. 하지만 GM 벼는 아직 온실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안전성을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 GM작물실용화사업단 박수철 단장은 “쌀은 우리의 주식이므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GM 벼가 빛을 볼 수 있다”며 “2020년대나 돼야 GM 벼가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 농가에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O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은 부정적인 편이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해 11월 GM작물실용화사업단의 의뢰를 받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307명(30.7%)만 “GM 식품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GMO가 위험하다는 응답도 52.9%였다. 다만 GMO의 실용화에 대해서는 60.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실제 소비를 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다는 것이다.

가뭄에 강한 벼 GM 벼(오른쪽 두 개)와 일반 벼. GM 벼는 가뭄이 1주간 지속해도 잘 견딘다. [사진 농촌진흥청]
가뭄에 강한 벼 GM 벼(오른쪽 두 개)와 일반 벼. GM 벼는 가뭄이 1주간 지속해도 잘 견딘다. [사진 농촌진흥청]
 제주대 생명공학부 이효연 교수는 전공이 GM 벼다. 하지만 그는 요즘 GM 잔디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식용 GMO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너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GM 벼를 개발하더라도 상업화가 불가능한 불임(不姙) 기술이 될 게 뻔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 교수는 “식용인 GM 벼는 환경유해성과 인체유해성 평가를 모두 거쳐야 하지만 먹는 것이 아닌 GM 잔디는 환경유해성 검사 하나만 받아도 된다”며 “GMO 1건에 대한 인체유해성 연구에 600억∼1000억원이나 드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GM 잔디가 상용화되면 골프장에 농약을 뿌리는 횟수를 연간 4∼6회에서 1∼2회로 줄일 수 있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GM 잔디 개발도 녹록지 않다. GM 잔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만 벌써 12년째다. 지금까지 제주도의 두 곳에 심은 GM 잔디가 주변 메뚜기에게 어떤 해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GM 잔디의 꽃가루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도 밝혀냈다. 올해는 GM 잔디의 잎이 사람 피부에 닿았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 중이다.

유전자변형 연어 vs 자연산 연어 캐나다 아쿠아바운티사가 개발한 GM 연어(뒤)와 자연산 연어. 두 연어는 개월 수는 같지만 몸집은 크게 차이난다. GM 연어는 치누크 연어의 성장호르몬 유전자와 바다메기의 유전자를 지녔다. 성장호르몬이 연중 분비되므로 18개월(일반 연어 3년)이면 출하가 가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사진 아쿠아바운티]
유전자변형 연어 vs 자연산 연어 캐나다 아쿠아바운티사가 개발한 GM 연어(뒤)와 자연산 연어. 두 연어는 개월 수는 같지만 몸집은 크게 차이난다. GM 연어는 치누크 연어의 성장호르몬 유전자와 바다메기의 유전자를 지녔다. 성장호르몬이 연중 분비되므로 18개월(일반 연어 3년)이면 출하가 가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사진 아쿠아바운티]
 요즘 세계적인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모으고 있는 GM 동물 개발 분야에서도 한때 한국이 세계를 선도했지만 지금은 명맥이 끊긴 상태다. 부경대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김동수 교수는 1997년 GMO 기술을 이용해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자라는 GM 미꾸라지(수퍼미꾸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김 교수는 “GM 미꾸라지는 부화 뒤 9개월 만에 40㎝까지 자랐다”며 “10㎝가량 성장하는 데 소요된 기간이 40일에 불과(일반 미꾸라지 1년)해 경제성이 충분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GM 미꾸라지는 수명이 9개월 정도로 일반 미꾸라지(10년까지 생존)보다 훨씬 짧은 등 문제점이 있었다. 그의 연구실은 2000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GM 수산물 관련 등록 특허 중 절반(3개)을 보유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 역시 GM 동물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GM 수산물 개발을 접고 GM 수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전문가로 변신했다.

 반면에 캐나다 아쿠아바운티(Aqua Bounty)사가 개발한 GM 연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FDA는 GM 연어가 환경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GM 연어는 성장호르몬을 연중 분비해 18개월(일반 연어 3년)이면 출하가 가능하다. 중국도 GM 잉어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거의 마친 상태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최양도(식물분자생물학) 교수는 “GMO 연구자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개발비 등 지원이 줄면 거대 시장을 놓치고 나중엔 GM 종자 구입이 불가피해져 오히려 외국 기업에 종자를 종속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GMO 관련자들은 정부의 안전성 심사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도 국산 GM 종자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여긴다.

 GMO에 반대하는 진영에선 아직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GMO가 인체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유발하거나 생물 종에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생태계 균형 파괴를 부를 수 있다”며 “국내 개발 GM 종자를 농가 등에 보급할 때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회장은 “GMO 연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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