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도목사,코요테와 나무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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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와 나무젓가락

        아리조나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있는 Black Falls Bible Church로 단기 선교를 갔습니다.  나바호 인디언들이 그들의 삶의 전통과 신앙, 그리고 현대를 나름대로 적절하게 섞어서 살고 있는 곳입니다.  어른들이 40여명 모이는 교회로 꽤 건강하고 좋은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해 이어서 2년째 방문하고 협력하고 있는 교회여서 올해는 좀 더 쉽게 사역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있었던 재미있는 일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작년에도 그랬듯이 교회 본당에서는 자매들이 잠을 잤고, 식당에서는 형제들이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첫날 잠자리가 꽤 불편했습니다.  둘째 날, 형제들이 하나 둘씩 침낭을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작년에 교회 옆에 있는 Pavilion의 피크닉 테이블에서 잠을 잤던 경험이 있는 형제들이 “밤에 별을 보면서 시원한 사막 바람을 느끼며 잘 수 있다.”는 유혹을 한 것이지요.  저도 밖으로 나가보니 상당히 시원하고 하늘에는 정말 별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사막의 별빛과 바람... 뭔가 낭만적일 것도 같고, 멋있어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건물 안에 잠을 자는 성도들이 있는데, 목사인 제가 먼저 밖에서 잠을 잘 수는 없었습니다.  7-8명의 형제들이 야외취침을 허락을 받고는, 피크닉 테이블을 각자가 원하는 곳에 놓고 누웠습니다.  “목사님, 너무 좋아요. 밖으로 나오세요.”  “별빛 좀 보세요.”  “시원해요...”  많은 말들이 들렸습니다.  ‘나도 밖으로 나갈까...?’  심하게 유혹이 됐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개 짖는 소리와 더불어서 약간 높은 톤의 짐승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인디언 원주민 교회를 중심으로 2가구가 가까이에 살고 있었는데, 그 집에서 키우고 있는 양과 염소를 비롯한 가축들을 노리는 사막의 코요테(개과의 야생동물)였습니다.  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높아졌습니다.  잠을 방해할 정도로 코요테의 울음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를 위협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인 가일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무엇을 뒤지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무슨 일인가 따라 나가 봤습니다.  밖에 피크닉 테이블 위에 침낭을 놓고 자려고 하던 형제들이 다 일어나 앉아서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쥐고 있었습니다.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합니다.  제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코요테 울음 소리에 잠이 깬 형제들이 다들 일어나서 의논을 했답니다.  사실 겁을 먹은 것이지요.  “이 어두운 광야에서 들짐승들이 갑자기 공격을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러자 그 중에 나이가 많은 편이었던 청년이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코요테가 물려고 덤비면 일단 팔을 내주는 거야.  그래서 팔목이 물리면 다른 손으로 코요테 눈을 찌르는거지.  모든 맹수들의 가장 큰 약점은 눈이야...  눈을 찌르면 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형제가 말했습니다.  “손가락으로 찌르면 안아프잖아요.  우리한테 무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꽤 심각한 토론은 거친 끝에 결론은 ‘나무젓가락’이었습니다.  한쪽 팔을 포기하고 코요테에게 내 준 후, 다른 손으로 나무젓가락을 사용해서 눈을 찌른다는 전략이었던 것이지요.            

        어이가 없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서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목사님, 우리는 심각한데 왜 웃으세요?”  “니들은 안웃기니?  나무젓가락으로 눈을 찌른다고?”  “예, 좋은 작전 아닌가요?”  “하하하... 겁이 나면 그냥 들어와서 자라....”  “아녜요, 저희들은 밖에서 잘거예요.”  “하하하...그러면 나무젓가락하고 코요테하고 누가 이기는지 보자... 건투를 빈다.”  

        결국 그날 밤 모두 건물 안에 들어와서 잠을 잤습니다.  이튿날, 원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코요테는 다행히 사람에게 덤비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남자 청년들과 학생들이 나무젓가락으로 코요테 눈을 찌르려고 했다는 말을 해주자 원주민들도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정말 배고픈 코요테를 만났다면 우리 형제들은 나무젓가락으로 그 들짐승를 물리칠 수 있었을까요?  

        어둡고 거친 광야 같은 세상입니다.  세상은 성도를 위협하고 시험하고 유혹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무기를 들고 세상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혹 어리석은 믿음과 연약한 무기를 들고 세상을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안전한 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확신과 만용으로 어리석은 위험을 자청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에 대한 오해와 이 정도의 시험은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시험에 대한 오해, 그리고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외면이 우리를 더욱 큰 위험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을 아닐까요?

        나무젓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피크닉 테이블에 불안하게 앉아있던 형제들을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셨던 건물 안의 단잠을 기억합니다.  하나님 안에 참된 승리와 평안함이 있습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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